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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

민화란 무엇인가?

by 그리는 나 2023. 10. 7.

민화'란 무엇인가?

'민화'는 한 민족이나 개인이 오랫동안 전통적으로 이어진 그들의 생활 풍습에 따라 제작된 대중적인 실용화를 말한다.
그렇다면 '민화'가 단지 대중적인 실용화만을 뜻하는 것일까? 아니면 주로 '민화'를 그렸던 서민 계층을 넘어선 지배계층까지 확대 한 사대부들의 그림까지 수용한 용어일까? 오늘날 '민화'라는 용어가 일반화되어 진 것과는 별개로 '민화'의 정의와 그 범주를 설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민화'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일제강점기 시절의 학자인 야나기 무네요시가 1959년 지에 조선 서민의 그림이라고 지목한 그림을 '민화'라고 부를 것을 제안하면서부터이다. 일본인이지만 우리 미술과 공예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였고 우리 문화에 대해 우호적인 인식을 지닌 인물로 평가되는 그의 민화론 은 해방 후 및 학자들이 '민화'를 연구하는데 이론의 토대가 될 수 있는 용어로 자리 잡게 된다. 하지만, 그의 민화 범주는 오늘날에 보면 그 설정범위가 애매모호해서 아직 '민화'의 용어가 완벽하게 정의되는데 오히려 혼란을 줘버린 게 되어버렸다.  
1960년대 말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민화 연구의 선구자들은 민화는 물론 연대나 작가가 확실치 않은 궁중 장식화, 기록화, 종교화 등의 채색 그림을 모두 민화에 포함함으로써 그 범위에 대한 혼란을 더욱 가중했다.
다행히 최근 미술사를 전공한 학자들이 민화 연구에 뛰어들면서 학문적으로는 많은 부분이 극복된 것이 사실이다. 즉 현재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른바 궁중 장식화와 민화가 구분되어 논해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민화의 정확한 정의와 범주에 대한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민화라는 용어로는 궁중 장식화를 포함한, 조선시대에 유행했던 채색 그림을 다 지칭할 수 없으므로 ‘채색화’라는 말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채색화’에는 공 필화인 어진에서 진채인 궁중 장식화와 불화, 심지어 수묵화의 한 부분인 담채까지 다 포함될 수 있으므로 민화를 대체할 만한 용어가 못 된다는 주장도 있다. 더욱이 최근의 연구는 서민의 수요에 응한 민화 작가는 무명의 떠돌이 민간화뿐만이 아니라, 앞서 이야기한 현직 도화서 화원, 소일이나 장난삼아 서민의 그림을 그린 사대부 화가, 불화나 단청을 그리던 사찰의 화승畵僧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또한, 민화와 정통회화가 같은 종류로 중복되는 것을 볼 수 있으나, 감상적 회화가 우선인 정통회화와 실용성이 목적인 민화와는 차이가 있다. 정통회화에서 볼 수 있는 종류는 민화에서도 대부분 존재하며, 또 민화만이 가지고 있는 대상도 상당히 많아 어느 부류의 그림보다 광범위하고 풍부하다. 그만큼 전통 회화나 민화의 주제나 소재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민화를 내용상으로 보면 종교화인 무속ㆍ도교· 불교· 유교 계통과 장식용 민화로 구분된다.
유교 계통의 민화로는 효자도·행실도·문자도·평생도 등 여러 계통의 그림이 있다.
불교 계통의 민화로는 산신각·칠성각 등에 있는 그림과 탱화·심우도 등이 있다.
무속과 도교 계통의 그림은 장생도 종류로 십장생도·송학도·군학도·해학반도도·순록도·천리 반송도·오봉일월도 등이 있다. 
장식용 민화로는 산수화를 비롯한 화훼·영모·초충·어해·사군자·풍속화·책거리도·문방사우도·기명절지도 같은 정물화 등 많은 종류의 민화가 있다.

다행히 민화의 범주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의견의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는 듯하다. 우선 민화의 개념을 단지 피지배층인 ‘서민의 그림’만으로 한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서민의 범주를 어디까지로 설정해야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섣불리 말할 수는 없지만, 민간의 요구에 따라 도화서 화원이 그려서 광통교 (지금의 청계천 근처) 그림 시장에서 팔린 그림은 민화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림의 수준 또한 조선 사회 전 계층을 아우를 만큼 다양할 수밖에 없는데 무명의 떠돌이 화가가 서민들을 위해 그린 소박하고도 해학적인 그림이 있는가 하면 도화서 출신으로 추정되는 전문가들이 부호들의 고급 취향에 맞춰 그려낸 수준 높은 작품도 있다. 
한편 ‘민화’라는 용어는 학계뿐 아니라 작품을 통해 지금까지 계승하고 있는 현대의 민화화단 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작가들이 민화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있는 그림이 사실은 민간의 그림이 아니라 최고급 궁궐 그림인 경우가 많다. 예컨대 일월오봉도, 장생도, 궁 모란도, 요지연도, 곽분양행락도 등은 모두 궁중 장식화의 대표적인 화목이다. 이런 그림들을 민화라는 이름으로 그려내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있는 것이다.
민화는 다른 미술 장르와는 달리 특정한 기법이나 소재에 의해 정의된 장르가 아니기 때문에 소재와 기법에 관계없이 같은 그림이라 하더라도 누가 그리고 누가 생활에서 즐겼는가가 구분의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똑같은 모란도나 연화도라도 일급 도화서 화원이 고급 안료를 사용, 훌륭한 솜씨로 그려서 궁궐에서 사용했다면 이는 당연히 궁중 장식화이다. 그러나 어떤 아마추어 무명 화가가 이 그림을 보고 값싼 유기 안료를 사용, 서툰 솜씨로 모방해 못생기고 소박하게 그려냈다면 이것은 민화이다. 
현대의 민화는 옛 민화의 초본을 사용하여 정확하게 모사해 내는 활동과 더불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이야기를 민화의 기법과 재료를 사용해 다르게 창작된 오늘날의 민화 의미를 넓게 사용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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