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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

불화를 감상하는 법

by 그리는 나 2023. 10. 5.

불화는 일정한 법식에 의해 종교적내용을 가지고 제작되는 그림이기 때문에 감상이 주 목적인 일반 회화와 달리 화가의 독창적인 화풍이 나타내기 쉽지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화는 만들어진 시대와 국가, 민족, 작가에 따라 주제와 기법, 양식등이 다양하다. 특히 불교의 시대의 흐름에 나타난 특징적인 성격에 따라 불화의 내용과 주제, 표현등에도 많은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복잡하지만 다양한 불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불교의 교리와 경전에 대한 지식, 불교미술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불화가 어떤 내용을 표현했는지, 그 주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게 가장 중요한 점이다. 주제를 올바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불화를 보고 감동을 받았어도 그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부처를 인간의 모습으로 표현한 불화가 등장하기 전에 부처의 모습이 등장하지 않았던 ‘무불상시대' 가 있었음을 알지 못한다면 고대 인도 불화에서 부처를 그려야 할 곳에 왜 보리수나 금강대좌나 법륜 등을 그렸는지 이해 할 수 없음이다. 또, 석가모니의 탄생과 관련된 설화를 알지 못한다면, 한 손을 높이 들고 ‘천상천하유아독존' 을 외치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다.

 

둘째, 불화는 종교 회화라는 점이다. 다시 말하자면 불화는 박물관에 진영하여 감상하는 유물이 아니라 법당에 걸어두고 아침저녁으로 예배하는 대상이라는 점이다. 불화는 존상화 또는 교화용으로 신성한 용도에 의해 제작되었기 때문에 현실적이고 감각적인 면을 강조하기보다는 숭고함과 신비함이 우선시된다. 

 

셋째, 불화를 감상함에 있어 걸려있는 배치에 대한 이해도 있어야 한다. 왜 불전중앙에는 석가모니불이 걸려있고 그 양 측면에는 각각 신중도, 감로도와 같은 불화가 걸렸는지 알아야 한다. 현존하는 우리나라의 사찰 거의 대부분이 임진왜란 이후 새로이 창건되거나 기존의 낡은것이 보수되었으며, 불화역시 조선 후기의 것이 대부분이다. 불전 중앙의 후불벽을 비롯하여 좌우측벽의 불화들은 일정한 법식에 의해 봉안 되는것이 원칙이다. 중앙에는 반드시 석가모니가 계셔야하고 좌우측벽에는 감로도나 보살도, 신중로등이 걸려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후기에 불교가 민중종교로 자리잡음으로 불교의식이 성행함에 따라 상단, 중단,하단의 삼단신앙이 유행하였으며, 이에 따라 불화의 구도도 삼단양식으로 제작되어졌다. 상단에 해당되는 후불벽에는 영산회상도, 아미타불도, 비로자나불도 등을 봉안하였고, 중단에는 지장보살도, 신중도 등을, 하단에는 감로도를 봉안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예배용도가 우선시 되는 불화는 법당에 봉안되었을때 그 의미를 지니는것인데 고려나 조선 전기 불화는 대부분 박물관이나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터라 그것의 목적과 의미를 잃었다고 볼수 있다.

 

넷째, 불화의 양식과 기법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 나라와 지역, 각 시대의 불화, 작가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세계 각국의 불화를 보면, 같은 내용을 다뤘더라도 나라와 지역, 시대에 따라 표현이 달라지기도 하기 떄문이다. 각 국가, 시대, 지역, 개인양식을 이해하고 불화를 감상한다면, 그 작품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이처럼 나라와 시대, 지역, 개인에 따라 표현하는 기법이 서로 다른것은 바로 불화의 ‘시대양식' ‘국가양식' ‘ 지역양식' 개인양식’ 이라고 할 수 있다. 동남아 지역 불화에서 부처의 머리가 유난히 뾰족하다든지, 중국 명대의 불화의 경우 이목구비가 유난히 작다든지 하는 특징은 시대, 국가에 따른 차이점에 해당한다. 또, 조선 후기의 화승 의겸이 그린 불화는 수묵산수적인 기법을 많이 사용했는데 이는 개인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시대, 국가, 지역, 개인 양식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불화를 감상한다면 작품에 대한 이해가 훨씬 깊어진다.

 

다섯째, 불화의 제작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불화가 언제, 누가, 어디서 그려지고 누구의 발현과 시주로 인해 그려졌는지 등의 기본정보가 있으면 그 불화에 대해 이해하는 폭이 넓어진다. 

헌데 이 정보들은 어디서 구하면 되는것인가? 불화가 그려진 그림의 하단부 중앙 또는 좌우에 있는 화기라는 것이 있어 불화의 제작에 관한 모든 정보를 써넣었다. 고려시대에는 그 화기가 금니로 쓰여있었지만 조선시대에는 붉은색 바탕에 먹으로 쓴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전기에 이르러 화기를 적는 방식이 정착이 되었으며 조선후기에는 일정한 격식을 갖추어 화기를 적는 방식이 통용되었다.

 

-김정희 님의 '찬란한 불교미술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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